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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비영리 활동이란

2023-04-14

뉴웨이즈 혬과의 대화

대학생 때부터 시작했던 CCKOREA 커뮤니티 활동과 Code for Seoul 커뮤니티 운영 이후로 비영리 활동에 대해 회의를 품고 모든 활동을 그만 두기로 마음 먹었던게 어언 5, 6년전이다. CCKOREA 사무국 해산이라는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비영리 활동 자체를 그만두었던 궁극적인 이유는 모르는데 아는 척 하며 지냈던 시간들과 (나 개인의 소회) 그저 함으로써 의의를 두는 시간들 (내가 겪은 비영리 활동에 대한 소회) 때문이었다.

영리와 비영리를 떠나 나는 내가 오늘 쌓아 올린 시간이 언젠가 궁극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는데 필요한 조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당시 내가 느꼈던 보람과 즐거움은 스스로 의미있다고 여기는 활동을 그저 함에 있었지 그 활동이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데 있지 않았다. Where Does My Money Go 프로젝트의 한국 버전을 만들고 나서 당시 서울시장이셨던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발표하는 자리 바로 앞시간에 사람들에게 이 프로젝트 소개하면서도 나는 이 프로젝트가 세금의 투명성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개발을 독학하며 시도한 첫번째 프로젝트가 나름꽤 멋있네? 라는 생각에 우쭐했을 뿐이지. Code for Seoul을 운영하면서 세계 다양한 시빅 해커들을 만나며 신나했던 시간이 지나고 개발자들의 시빅 해킹 활동에 대해 회의감을 느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시빅 해킹이 정말 사회문제를 해결하는가? 물론 미국의 18F와 대만의 오드리 탕 장관 이야기는 조금 다르겠지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감각은 무얼까, 그게 가능한 일일까.

비영리 활동을 그만둔 뒤 다양한 영리 활동을 거치며 마지막으로 안착했던 왓챠라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여전히 나는 그저 함으로써 의의를 두는 시간들에 대한 답을 찾진 못했다. 그나마 모르는데 아는척 하며 지냈던 시간들에 대한 답은 찾았을 뿐이다. 나는 비전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구나. 다만 나는 비전을 갖지 못했더라도 내가 중요하다 여기는 문제에 대한 비젼과 미션을 가진 사람들의 훌륭한 도구가 될 순 있겠다. 나의 쓰임을 거기서 찾을 수 있겠다. 그렇게 다시 비영리 활동에 눈독을 들이던 때 오퍼를 받고 들어갔던 닷페이스. 뉴스타파 때부터 맺은 권혜진 소장님과의 인연으로 만난 정보공개센터 활동가들과의 협업. 그리고 지금 뉴웨이즈와의 파트너쉽. Code for Seoul을 그만 두며 다시는 열린 커뮤니티 운영 못해! 안해! 한 나 자신이 시작한 슬러기시 해커스 커뮤니티.

상근 활동가도 아니면서 이렇게 마치 상근 활동가인 양 비영리에 대한 일기를 쓰는 이유는 닷페이스의 썸머와 동료들, 정보공개센터 상근 활동가들, 뉴웨이즈의 혬과 동료들. 비전이 없는 내가 훌륭한 도구로 쓰이길 바라며 만난 리더들과 동료들을 보며 내가 찾지 못했던 두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이들은 줄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이 사람들의 곁에서라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는 감각을 조금은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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