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ony.land

울산, 울주 세계 산악영화제

2022-04-04

울산도 처음, 영화제도 처음이었던 이번 즉흥 여행은 남은 것들의 좋고 나쁨을 떠나 새로움 그 자체로 충분히 흥미로웠다.

통도사, 스승 #

스승과 제자간에 진리의 가르침을 전하는 징표인 발우를 형상화한 탑, 봉발탑. 그 탑이 앞에 세워져 있는 용화전. 용화전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이 미래의 부처로 예언했다는 미륵불을 모시고 있다. 통도사에서의 짧은 순간.

어렸던 나의 큰 마음들을 무너뜨린 작은 선배들과 커버린 나의 작은 마음들을 다져주는 작지만 큰 스승들을 떠올린다. 큰 마음은 무너지고 단단한 작은 마음들이 되어 나는 그 마음들로 살아간다. 어떤 마음은 독자적으로, 어떤 마음은 크고 단단한 스승을 따라 자라난다.

여성 #

#MindOverMountain #Julia #Shestheocean

여성들 혹은 여성이 주인공이었던 다큐멘터리 세편. 자연의 위대함에 앞서 여성의 존재로서 살아가는 위대함을 더 크게 조명한 다큐멘터리. 여성으로서 겪는 크고 작은 차별에 대항해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을 존경한다. 특히 키엘라 케넬리의 베럴상 수상 소감 부분은 압권이었지만 그럼에도 경쟁심을 지양하고 사랑을 사랑하는 것을 지지한다.

p.s. 근데 왜 갑자기 오션이지? 산악 영화만으로 산악영화제를 채우기에는 뭔가 부족했으려나.

인구 #

이번 여행 동안 서울과 다른 인구수를 절감했다. 일요일 대낮에 공영주차장에 자리가 넉넉하고, 공간도 커피도 좋았던 러프로스터스의 자리는 한산했으며 무엇보다 주말동안 영화제 내내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그나마 지역 어르신들이 자리를 메웠다고 해야할까. 줄어드는 지방 인구수를 걱정해야하는가, 이런 인구밀도라면 살기 너무 좋겠다고 선망해야하는가.

아침형 인간 #

그런 한적함과는 별개로 하루의 시작이 늦다는 느낌에 아쉬웠던 도시. 포틀랜드나 멜버른 같은 도시는 딱히 애써 발견하려고 하지 않아도 하루의 시작이 매우 빠르다는 것을 쉽게 절감할 수 있다. 울산에서 토요일 아침 10시에 오픈하는 까페를 찾아 가서 들었던 첫 마디는 "굉장히 일찍 오셨네요" 였고, 여기 로스터리 궁금하네 하고 찾아간 까페는 오픈이 12시였다. 숙소에서 한참을 기다리다 출발해야 했다구. 우리동네 커퍼시티 사장님께 감사하다.

p.s. 너무다 당연하듯 까페마다 적혀있는 노키즈존. 내게 보여지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차별은 내게 보여지는 친절조차 아무 것도 아니게 만들 뿐.

커피 #

그나저나 울산 로스터리들 커피 너무 맛있었다. 커피 상향평준화가 서울 얘기만은 아니구나. 원두도 드립백도 잔뜩 들고 올라간다. 노나줄게요 😇

파타고니아 #

사랑합니다 💙

그 외 #

영남알프스는 트레일러닝에 관심이 생기고 들어본 국내 유명 트레일러닝 코스 중 하나. 언젠가 가보고 싶다던 곳을 우연히 영화제 덕분에 방문하게 됐는데 기대만큼 좋았고 기대만큼 실망한. 자연환경만큼은 왜 이곳이 유명한지 느낄 수 있었고, 그 외 사람의 손이 닿은 대부분의 곳은 별로였다.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 명촌임도를 산책하고 나서 마지막날 아침 등산하고 서울을 가야지 하는 마음이 바뀌었다. 트레일러닝을 위해 다음에 다시 와야지.

p.s. 영화제 내 먹고 마실 곳이 딱히 많지 않은데 자꾸 또 와주셔서 감사하다는 탑옼버블 사장님. 덕분에 이틀간 잘 먹고 갑니다.

← Home